요즘 눈이 자주 충혈된다.
4년 동안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잠을 충분히 자도 항상 피곤하다.
유럽 및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24시간 메일이 핸드폰 알람으로 들어온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두고 항상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강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거나 순대국밥을 저녁으로 먹고 있을 때,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간단한 수다를 나누고 있을 때도 이메일 알림이 울리면 수시로 확인한다.
나름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일과 삶을 블랜딩, 즉 워라블을 추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이런 방식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이 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항상 찾아보고는 한다.
문제는 나에게 주어진 직책이다.
프로젝트하는 중간에 과장이라는 직급을 가진 사람이 나갔다. 그리고 과장이라는 직급이 하는 '직책'이 나에게 주어졌다. 쉽게 말해 팀장이라는 역할이 주어졌다.
중간 관리자라는 역할이 생겼지만, 사람이 부족한 탓에 실무 업무도 같이 하고 있다. 오히려 실무 업무 비중이 더 늘어나면서 새로운 역할까지 생겼다.
새벽 1시에 유럽에 있는 고객과 콜을 진행하기도 하며 주말에 업무도 하며 힘겹게 주어진 업무를 몇 개월 동안 소화했다. 당장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업무가 수시로 들어왔기에, 평일 야근도 밥 먹듯이 했다.
2020년 대한상공회의소가 펴낸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 항목에 대하여 40대의 35.5%, 50대의 42.8%가 동의했다. 20,30대는 각 26.7%, 27.2%만이 이에 동의했다. 아랫세대는 "'성실히', '열심히' 강조하는 윗세대는 비합리적이다", 윗세대는 아랫세대의 태도가 "조직원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MZ세대는 책임감이 없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모습을 앞에서 보고도 책임감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MZ세대는 20, 30대 젊은 세대들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작년에는 비슷한 연차에 비해 더 많은 실무 업무가 주어졌다. 일이 자연스레 많아지니 그만큼 책임감이 더 생겨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업무 이상이 되어버렸고 임원 분이랑 면담을 했다.
다 '나'의 성장을 위한 업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참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올해 연말에 승진 대상이다.
팀장이라는 역할이 주어지면서 이번 역할을 잘하면 다음 승진은 1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는 구두의 약속도 받았다.
그때까지 이 회사에 남아 있을지는 아직은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성실함에 더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
그러나 가끔은 '회사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곳이구나' 생각을 하고는 한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결국 회사라는 기계에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내게 주어진 기대와 역할은 적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회사에서는 내가 내일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불편하지만 누군가 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직장인의 과한 주인 의식은 노예근성이다. 그 노예근성에 사로잡혀서 내 눈동자가 탈이 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은 일이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가끔 가다 나 자신을 갈아 넣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만큼 그에 따른 성과 보상이 확실하게 주어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금융 치료, 나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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